의대를 꿈꿨던 RBT가 발달치료 SaaS를 만든 이유
저는 미국에서 수술의사가 꿈이었습니다.
결국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살리는 도구를 만들고 있어요.
저는 정다정이고, TaleNest 의 창업자입니다.
발달재활·ABA 기관을 위한 관찰·기록 SaaS 를 만들고 있어요. 2026년 5월 25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, 왜 이 도구가 필요했고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 — 1인칭으로 짧게 적어두려 합니다.
마케팅 글이 아니라 일종의 confession 입니다. 저를 처음 만나는 분에게 "왜 의사 꿈이 SaaS 가 됐는지" 직접 설명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요.
그 꿈은 어디에서 시작됐나
저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생의학 (Biomedical Science) 학사·석사를 마쳤습니다.
의사가 되는 게 목표였어요. Medical Scribe (의무기록사) 로 일하면서 임상 환경 안에서 실제 의사들이 어떻게 환자를 보는지 가까이서 봤고, 병원 자원봉사로는 환자와 보호자가 가장 약해진 순간들을 옆에서 지켰습니다.
"왜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?" 묻는 분들에게 저는 늘 같은 대답을 했어요.
사람을 살리는 일이 가장 가깝게 닿는 직업이라 생각했어요.
지금도 그 답은 변하지 않았습니다. 다만 "가장 가깝게 닿는" 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에요.
의사가 아니라 RBT가 된 첫 번째 pivot
석사를 마친 뒤, 의대로 곧장 가지 않았습니다. 발달치료 현장에 호기심이 있어서, 먼저 미국 ABA 행동분석 자격 (RBT, Registered Behavior Technician) 을 취득했어요.
BACB (Behavior Analyst Certification Board) 가 발급하는 자격이고, 미국 ABA 임상가의 entry-level 자격입니다. 그때는 "의대 가기 전에 임상 현장 경험을 더 쌓자"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.
미국에서 RBT 로 일하면서 두 종류의 환경을 모두 경험했어요.
- 클리닉 — 자폐·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한 1:1 / 그룹 ABA 세션
- 가정 방문 (in-home therapy) — 아이의 일상 환경 안에서 진행하는 세션
그 시간 동안 저는 세 가지 사실을 직접 봤습니다.
1. 행정이 관찰을 잠식한다
회기 한 번이 끝나면, 같은 정보를 다섯 번 반복해서 적어야 했어요.
- 부모님께 보낼 노트 (감정·언어 톤)
- 클리닉 내부 임상 노트 (행동·강화 데이터)
- 보험 청구용 SOAP note
- 다음 치료사를 위한 인수인계 메모
- 슈퍼바이저 (BCBA) 가 검토할 진척도 차트
한 명의 아이를 위한 한 번의 회기. 다섯 번의 글쓰기. 매일 6-7명의 아이를 본다면, 매주 30번 이상의 중복 입력이 쌓입니다.
치료사가 게을러서가 아니에요. 도구가 부재한 문제였어요.
2. 부모-치료사 신뢰 격차
부모님은 일주일에 한 번, 회기 끝나고 5분 정도 치료사와 이야기합니다. 한 달에 한 번 정식 면담. 그게 거의 전부예요.
그동안 치료사는 매주 그 아이를 5시간씩 만나고 있어요. 본 것이 너무 많은데, 전달되는 건 너무 적습니다.
부모님이 "우리 아이가 오늘 어땠어요?" 물으면, 치료사는 보통 "네, 잘했어요" 또는 "오늘 조금 힘들어했어요" 같은 짧은 답을 합니다. 매일 회기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데, 부모님은 그걸 본 적이 없습니다.
이 격차는 진단도 아니고 치료도 아닌, 신뢰의 문제였습니다.
3. 글로벌 도구는 한국 워크플로우와 안 맞는다
미국에서는 CentralReach, Rethink, Catalyst 같은 ABA 전문 SaaS 가 있어요. 좋은 도구들입니다. 다만:
- 영어 UI
- 미국 보험사 청구 형식
- 미국 ABA 시스템 (BCBA·RBT·QHP) 위에서 설계
- 가격이 월 ₩300K~ 부터
한국 발달치료 시장의 보고 의무 (보건복지부·교육부·여가부), 바우처 청구 양식, 언어재활·인지·심리 통합 운영 같은 현실에는 끼워맞춰지지 않아요.
매주 같은 정보를 5번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,
이건 도구가 부재한 문제라는 걸 알았어요. 치료사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어요.
미국에서 시작된 TaleNest
RBT 로 일하면서, 저는 회기가 끝난 뒤마다 같은 갈증을 느꼈어요. "이 아이가 오늘 느낀 감정을, 부모님께 어떻게 전해드리지?"
2024년 12월, 첫 동화책을 그렸습니다. "What's That Sound" — 아이의 감정 어휘를 늘리는 짧은 이야기였어요. 그 한 권이 시작이었습니다.
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, 49편의 동화 · 49곡의 노래 · 1,176장 워크북 · 27편의 팟캐스트 · 8개의 캐릭터 를 만들었습니다. 모든 일러스트를 직접 그리고, 모든 노래를 큐레이팅했고, 모든 페이지를 디자인했어요. 1인 콘텐츠 공장.
2025년 2월에는 미국에 TaleNest® LLC 를 세우고 USPTO 상표 를 등록했습니다. 사업의 골격이 만들어졌어요.
그런데 — OPT (Optional Practical Training) 비자가 2025년 여름에 만료됐습니다.
영주권 절차를 밟을 시간이 없었어요.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.
한국에서 보인 것
돌아와서 보니, 한국 발달치료 시장의 상황은 솔직히 미국에서 본 것보다 더 심각했어요.
- 보건복지부·교육부의 보고 의무가 매년 늘어나고 있어요
- 기관마다 양식이 다 다르고
- 부모님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없음 상태에 가까웠습니다
- 그리고 — 한국 현장에 맞는 ABA·발달재활 통합 SaaS 가 없었어요
미국 도구들 (CentralReach, Rethink) 은 한국 워크플로우에 안 맞고, 한국 도구들 (에듀카, 키즈노트 등) 은 ABA·발달재활 임상에 안 맞고. 그 사이에 빈 자리 가 있었습니다.
미국에서 본 문제가, 한국에서는 더 컸어요.
도구가 없는 게 아니라, 한국 현장에 맞는 도구가 없는 거였죠.
도구가 없으니, 내가 만든다
이건 단순히 "답답해서" 가 아니었어요. 누가 만들기를 기다리기엔 시장이 너무 작거나, 너무 분절되어 있다 는 인식이었습니다.
발달재활·ABA·언어재활·심리·유치원·특수 — 한국에 6개의 다른 vertical 이 있는데, 글로벌 SaaS 가 들어오기에는 시장 사이즈가 작고, 한국 대기업이 만들기에는 ROI 가 안 나오는 사이즈예요.
이 "가운데에 있는 빈자리" 는 1인 창업자가 도메인을 알고, 코드를 짤 수 있고, 비즈니스를 결정할 수 있을 때 가장 빠르게 채울 수 있는 공간이라고 판단했습니다.
그래서 2026년 1월부터, 저는 다시 노트북을 열었어요. 학부 시절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코딩을, 이번에는 진짜로 다시 배웠습니다. Next.js, Supabase, Claude API — 3개월간 500시간 이상 단독 개발. 인지 엔진, TTS, AI 운영 시스템, 메인 웹사이트까지 — 한 줄씩, 직접.
TaleNest 는 한 사람이 만들고 있어요. 의도된 구조예요.
두 가지 본질
TaleNest 가 답하려고 하는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.
(1) 회기 한 번 입력 → 두 개의 노트가 자동 생성된다 (Dual-Note Architecture)
치료사가 회기 끝나고 한 번 입력하면, 같은 데이터에서 부모용 노트 와 기관용 임상 노트 가 자동으로 분기됩니다. 감정·언어 톤은 부모님께, 구조·행동 데이터는 기관에. 한 번의 입력으로 끝나요.
(2) 49 감정 어휘 × 4단계 관찰 모델
아이의 감정과 발달을 진단하지 않고 관찰 합니다. ABA (Applied Behavior Analysis) 의 60년 행동 근거, CBT (Cognitive Behavioral Therapy) 의 정서 조절 메타분석, SEL (CASEL Framework) 의 글로벌 사회정서학습 표준을 1순위 토대로 삼고, RULER · Goleman · 2022 개정 누리과정 · Vygotsky · Piaget · Bowlby · FBA · DTT · K-DST · PRES · ASQ-K · CARS-2 한국판까지 14개 학술 프레임워크를 참고하며 단계적으로 통합 하고 있습니다. 완료 가 아니라 진행 중 이에요.
진단·평가·검사가 아닌 관찰·기록·표현·흐름 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씁니다. 이건 마케팅이 아니라,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과 만들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에요. 학술 근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talenest.org/science 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— 그리고 계속 업데이트됩니다.
치료사가 5번 적던 걸 1번에 끝내면,
그 시간이 다시 아이에게 돌아갑니다.
그게 우리가 만드는 도구의 본질이에요.
왜 한국, 왜 지금
세 가지 정렬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.
- 규제 압박 — 보건복지부·교육부·여가부의 발달치료 기관 보고 의무가 매년 강화 (2024 기준)
- 시장 성장 — 발달재활 + ABA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. 한국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발달지연 아동 진단 수가 매년 늘고 있고, 자연히 기관 수와 회기 수도 증가
- 도구 부재 — 글로벌 ABA SaaS 는 한국 워크플로우와 안 맞고, 한국 일반 EMR 은 발달치료 특화가 안 됨
이 세 가지가 만나는 점에 TaleNest 를 세웠습니다.
한국이 출발점이고 본진입니다. 글로벌 확장 (미국 ABA · 일본) 계획도 있지만, 한국에서 검증되지 않은 도구를 가지고 글로벌에 나가는 건 의미가 없다 고 생각해요. 한국 발달치료 인프라가 우리의 진짜 mission 입니다.
우리가 묻고 있는 세 가지 질문
TaleNest 는 세 명의 다른 사람에게 같은 도구로 답하려고 합니다.
부모님에게는:
"우리 아이, 지금 어떤 감정일까?"
→ 부모 리딩뷰가 답하는 질문
치료사에게는:
"이 회기 기록을 어떻게 5번 안 쓰고 1번에 끝낼까?"
→ Dual-Note Architecture 가 답하는 질문
원장에게는:
"치료사 이탈, 보고 부담을 어떻게 줄일까?"
→ 기관용 임상 노트 + 자동 보고서가 답하는 질문
세 질문이 다른 것 같지만, 사실 같은 원천에 있어요. 아이를 관찰할 시간이 부족하다. 그래서 모두가 답답합니다.
함께 만드는 인프라
TaleNest 는 도구이지만, 만드는 과정은 혼자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.
TaleNest 는 정식 운영 중이에요. 누구나 무료로 시작할 수 있고, Pro · Team 으로 결제 전환하시는 첫 50 기관은 Founding Partner 타이틀과 함께 그 시점의 Founding 혜택가가 평생 고정됩니다. 제품 방향에도 직접 영향을 주실 수 있어요.
2026년 하반기에는 부모 베타 도 한정 인원으로 열 예정입니다. 100% 무료로 시작하고, 베타 가족 분께는 정식 출시 후 grandfather 혜택을 드릴 거예요.
함께해주세요.
- 🏥 기관 베타 합류 — talenest.org/pilot
- 💌 부모 리딩뷰 대기자 — talenest.org/family/waitlist
- 📧 직접 문의 — [email protected]
수술의사를 꿈꿨던 한 사람이,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살리는 도구를 만들고 있어요. 가장 가깝게 닿는 일은 한 가지가 아니더라고요.
— 정다정, TaleNest 창업자 2026년 5월 25일